15일 마천으로 향하는 길. 이틀 전 내렸던 눈이 그늘진 곳에 남아있다. 올해의 끝을 알리는 눈길을 밟고 있지만 목적지는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다. 지리산조망공원에 위치한 카페오도재. 그곳에는 청년 민선씨와 그의 동생 나율씨가 있다. 서울에서 내려와 함양살이 3년..
찹쌀을 발효시키고 건조시켜 빻고 떡을 찌고 다시 건조하고 튀기고 조청을 바르고 쌀튀밥을 붙이고 포장까지. 전통한과를 만드는 과정이다. 대표적인 공정만 나열했지만 실제 작업은 더욱 복잡하고 많은 단계를 거친다. 여기에 방아를 직접 찧어 반대기를 만들고 조청도 직접 만든..
고향이 시골인 사람은 회귀본능을 갖고 있나 보다. 도시에 나가 직장을 다니다가도 ‘언젠가는 귀향’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초중고등학교를 함양에서 보내고 대학과 직장을 도시에서 다녔던 한 청년이 십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함양 대성식당이 완벽한 세대교체를 이뤘다. 함양의 맛집 중 전통성이나 맛으로도 최고로 손꼽히는 곳 ‘대성식당’.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라 이름만으로도 브랜드가치가 높다. 함양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곳 대성식당의 소고기국밥은 말이 필요 없이 먹고 나면 엄지손가..
“그저 제가 좋아하는 봉사활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는 것과 함께 함양군이 소통과 화합의 지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금순(77) 한국여성소비자연합회 함양군지부장의 소박한 꿈이다. 그녀는 50년 넘게 관내 여러 사회단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베테랑 사회 활동가다. ..
여명. 희미하게 날이 밝아 오는 무렵 아침을 예고하는 빛이자 해와 달, 별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찰나에 형성된 이 아름다운 조화를 카페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이가 함양에 있다. ‘디마네 커피로스터스’ 정병준 사장이다. 디마네(Dimane)는 이탈리아어로 여명을..
“할 일 없으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 뭐”라고 말하는 사람은 농사에 대해 정말 ‘1’도 모르는 사람이다. 농사가 어려운 이유는 올해 열 개의 문제를 해결하면 내년엔 새로운 열 개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농사는 열 개중 한 개는 인간의 몫이고 나머..
황금알을 낳는 닭이 내 손에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혹여 다칠까, 아플까 애지중지하며 매일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지 않았을까. 황금알에 과욕을 부려 닭의 목은 비틀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지리산소담농원을 찾아 함양군 유림면 대치길을 따라 갈 때만 해도 ‘귀농한..
어디로 향할지 모를 행로. 우연에 의지해 움직이는 대리운전의 삶이 그렇다. 분명한 노선과 시간표로 운행되는 버스와는 달리 누가 부를지 또 어디로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 아내와 2인 1조로 대리운전을 하는 김환도씨는 함양을 기점으로 가까운 면단위부터 멀게는 수도권까..
영화 공조2에 출연한 다니엘헤니가 예능프로 전지적참견시점에 나와 자신의 최애 간식이라며 소개한 ‘김부각’. 다니엘헤니가 바삭거리는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김부각을 입속으로 넣는 걸 보며 나는 “부각하면 함양인데”라며 속으로 연신 외쳐댔다. 다니엘헤니에게 꼭 소개해 ..
함양에도 어부가 산다. 전체면적 70% 이상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함양, 이곳에서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임채길(82)씨. “전국을 다녀도 엄천강만 한 곳이 없어. 휴천면 문정, 한남, 용유담에 이르기까지 이 강은 바위가 참으로 좋아. 은어가 살기 딱 알맞은 곳이지”..
“함양에 제대로 된 언론이 있습니까? 함양의 청렴도 향상을 위해선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나의 삶터 함양에 청렴도 꼴찌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달게 한데는 정론지 역할을 하지 못한 언론도 한몫했다는 청렴기획단 백믿음터 단장의 호된 꾸짖음을 듣고서야 인터뷰는 시..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현관문 고리에 까만 봉지가 매달려있다. 문 앞에 먹을 것이 쌓여있을 때도 있다. 물건만 봐도, 채소 다듬어놓은 형태만 봐도 누가 전해준 것인지 알 수 있다. 아내의 고향인 서하면 월평마을로 귀농한지 7년차. 처음 귀농했을 때는 곁을 내 주지 않..
K-농산물은 전염병확산, 기후위기 등 정신없이 몰아치는 변화들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청정함양에서 자란 함양특산물일지라도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함양군은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코자 정부의 정책에 맞춰 함양군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을 설립했다. 함양군내 ..
어린 시절 기억 중에 아침마다 마당과 대문 밖 골목을 비질하던 아버지 모습이 있다.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드나들어야지” 손님을 맞는 마음이,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이 비질에 녹아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 일을 10년간 해온 박동현씨의 마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 세계 관심이 유라시아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36년간 외교관으로 일해 온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퇴직 후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미 2011년 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로 있을 때부터 유라시아의 비전을 그려 온 그는 식량, 에..
최근 여섯 번째 개인전을 치른 홍동초 작가. 병환을 극복하고 더욱 활발하게 활동에 나선 홍동초 작가의 열정을 따라가 보았다. 파노라마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회장은 함양이 더욱 아름답고 웅장하게 표현돼 있었다. 비온 뒤 물결이 살아있는 농월정, 한 눈에 들어오는 남계서원..
“우리 이젠 맥주는 마실 만큼 마셨다”는 광고처럼 흔하디흔한 맥주는 이미 다 마셔본 소비자들. 그들은 분위기에 따라 음식과 어울리는 것, 진한 향과 맛을 추구하는 것, 가볍게 마실 수 있는 것 등 특별한 맥주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게 되는 수제맥주, 주조방법에 ..
운동을 배울 때 가장 많이 듣지만 가장 힘든 것 ‘힘을 빼라’와 견줄만한 이야기, 빵 만들 때 기본 외 재료는 모두 빼라는 할량씨가 있다.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빵 만드는 4가지 재료 중 할량씨는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을 사용한다. 힘 좋은 이스트는 발효 후..
“마흔이 넘으니 회귀본능이 발동했어요.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서 병이 날 지경이었죠, 하지만 무턱대로 들어오진 않았어요. 계획을 세웠죠. 5개년 계획을요” 고등학교를 마치고 군 제대 후 고향을 떠났던 송윤섭씨는 그렇게 귀촌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남에게 빌려주었던 ..